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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줄거리, 배경, 총평

by pickatrip 2025. 4. 18.

2017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전 세계 영화계에 큰 반응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동물과 인간 사이의 우정이라는 따뜻한 주제 아래,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탐욕, 유전자 조작 기술의 윤리적 문제, 식품산업의 이면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유머와 감동을 잃지 않는 연출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옥자’는 한국 영화계의 한 획을 그었을 뿐 아니라 세계 영화 산업 내에서 봉준호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줄거리

‘옥자’는 어린 소녀 미자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슈퍼돼지 옥자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 둘은 한국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가족처럼 지내며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옥자는 사실 다국적 기업 ‘미란도’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낸 동물로, ‘지속 가능한 식량’을 표방하며 각국에 분양한 26마리 슈퍼돼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미자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단지 옥자를 소중한 가족처럼 생각합니다. 10년이 지나고 미란도 사는 ‘세계 최고 슈퍼돼지 콘테스트’를 개최하여 가장 잘 자란 슈퍼돼지를 선정합니다. 한국의 산골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옥자가 최종 후보로 뽑히게 되고 이 사실을 모르는 미자는 어느 날 갑자기 옥자가 기업 직원들에게 끌려가 뉴욕으로 향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충격과 슬픔에 빠진 미자는 옥자를 되찾기 위해 서울로 향하고, 이어서 미국까지 날아가는 파란만장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미자는 ‘동물 해방 전선(ALF)’이라는 비밀 동물권 단체와 접촉하게 됩니다. 이들은 옥자를 비롯한 슈퍼돼지들이 겪는 고통을 폭로하고 동물의 권리를 회복하고자 활동하고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극단적인 수단과 비윤리적인 선택을 강행하기도 해 미자의 순수한 목적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옥자는 도축 공장으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수많은 슈퍼돼지들이 겪는 잔인한 현실을 미자와 관객이 직접 목격하게 됩니다. 미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옥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결국 기업과의 직접적인 협상 끝에 옥자를 구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와 풍자, 인간성과 잔혹함 사이의 긴장감이 극적으로 표현되며, 영화는 단순한 동물영화가 아닌 사회비판적인 서사로 승화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자는 옥자와 함께 다시 산으로 돌아가지만, 그곳에는 이전과는 다른 무거운 침묵이 흐릅니다. 슈퍼돼지들의 울음과 희생을 본 미자의 눈빛은 더 이상 순수하지 않고, 관객 또한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배경

‘옥자’는 단순히 동물과 인간의 우정을 넘어서,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과 과학기술 발전의 이면을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영화 속 다국적 기업 ‘미란도’는 ‘친환경’, ‘지속 가능성’, ‘윤리적 식량 생산’이라는 현대적 키워드를 앞세워 기업 이미지를 세탁하지만, 실상은 대규모 유전자 조작, 공장식 사육, 대량 도축 등의 비윤리적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글로벌 기업입니다. CEO 루시 미란도는 대중 앞에서는 친환경적이고 인도적인 기업가의 이미지를 연출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윤과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는 ‘과학기술이 인간의 욕망과 만났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유전자 조작 기술이 발전하며 식량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 아래 동물 생명이 도구화되는 현실, 그리고 인간의 감정은 그 앞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차갑게 바라봅니다. 슈퍼돼지들은 실험체로 태어나고, 감정을 느끼며 서로를 위로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들을 단순한 ‘고기 덩어리’로 취급합니다. 또한, 영화는 장소와 공간의 대비를 통해 메시지를 극대화합니다. 한국의 청정 자연에서 자란 옥자와 미자의 순수한 세계는, 미국의 거대 도시 뉴욕과 차가운 도축 공장으로 넘어가며 산업화된 세계의 잔혹함과 대비됩니다. 이 공간적 전환은 자연과 산업, 전통과 현대, 감성과 자본의 충돌을 상징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모든 요소들을 통합하여 관객에게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감정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총평

‘옥자’는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영화입니다. 이는 단순히 상업적 성공이나 넷플릭스 최초의 칸 경쟁작이라는 기록 때문만이 아니라,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그 형식이 지금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너무나도 날카롭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먹는 것의 진실은 무엇인가?”, “윤리와 이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생명은 어디까지 도구화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은 영화 ‘옥자’를 관통하는 철학적 중심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독 봉준호는 특유의 블랙코미디적 접근, 다층적인 캐릭터 설정, 그리고 한국적 정서와 글로벌 이슈를 절묘하게 융합하며 ‘옥자’를 단순한 동물영화의 범주를 넘는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배우 안서현은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으로서 미자의 순수함과 단호함을 훌륭히 표현해냈으며,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 또한 블랙코미디적인 연출에 잘 부합하여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더불어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서, 전통적인 영화 배급 방식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논쟁을 촉발한 상징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칸 영화제에서의 논란은 극장 개봉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충돌을 보여주었고, 이는 영화계의 미래와 플랫폼의 다양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옥자’는 단지 한 소녀와 돼지의 우정을 그린 영화가 아닙니다. 인간성과 윤리, 산업화와 생명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가 소비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촉구하는 작품입니다.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와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연출력과 연기가 어우러진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시대의 거울’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